얼마 전에 베스트펜에서 쉐퍼 만년필 시필 행사를 하기에 선뜻 참여를 했습니다.
몽블랑이나 파커에 비해 쉐퍼라는 브랜드는 매우 생소한 브랜드입니다. 매니아들 사이에서도 그렇게 인기 있는 브랜드는 아니며, 인트리그 정도가 중고시장에서 인기가 있었던 정도랄까요. 레가시, 발로아와 같은 중가 모델과 프리루드, 자블린, 레인보우와 같은 충실한 저가모델을 갖추고는 있으나 아마도 파커의 듀오폴드, 몽블랑의 149, 펠리컨의 m1000과 같이 명기들로 불릴만한 임팩트 있는 제품이 없어서는 아닐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그러나 제가 며칠동안 경험한 쉐퍼는 앞으로 더욱 발전하여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을 만한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을만한 브랜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깐동안 사용했다가 좋은 매커니즘에 비해 좋지 않은 펜의 밸런스로 말미암아 인트리그 때문에 쉐퍼라는 브랜드에 대해 생긴 갈증을, 레가시가 조금은 보답해주었다고 할까요.
1. 개봉기
잉크도, 케이스도 무난한 수준이랄까요. 가격대에 걸맞은 케이스라고 봅니다. 다른 브랜드에 비해 특별히 뛰어나다거나 아쉬운 점은 없었습니다. 역시 펜이 놓인 부분을 들추면 안에 설명서와 보증서, 카트리지 잉크 등이 있었습니다.
쉐퍼의 잉크병은 독특한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몽블랑과 라미의 잉크병이 매커니즘 상으로 뛰어난 구조라고 생각하는데 (컨버터로 잉크를 흡입하기가 가장 좋은 구조입니다. 마지막 한방울 까지 흡입하기가 편합니다.) 모든 브랜드에게서 그런 구조를 기대할 수는 없겠죠. 첫인상은 '무난하다' 랄까요.
2. 다른 펜들과의 크기 비교
왼쪽부터 라미 비스타 12, 펠리컨 M205 (크기는 m200, m400 라인과 동일합니다), 펠리컨 M805, 쉐퍼 레가시, 세일러 프로페셔널 기어 사이비토기, 세일러 프로페셔널 기어 슬림, 파버카스텔 트위스트 펜슬 입니다. 캡을 앞에 씌운 상태에서는 M805와 비슷한 크기를 보이나, 캡을 뒤에 꽂은 경우는 프로페셔널 기어와 비슷한 크기를 보입니다. 만년필에 있어서 적당한 크기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성인 남성 기준으로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크기라고 판단됩니다. M805는 일반적으로는 약간 큰 편이고 프로페셔널 기어가 보통 성인 남성에게는 손에 잘 맞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넓은 그립부를 갖는 것이 특징입니다. 펠리컨과 세일러에 비해서 긴 그립부를 가지고 있어서 (비스타 12와 맞먹을 정도..) 어떤 필기각에서도 쓰는게 편합니다. 닙이 몸통에 상감처리 되어있어서 닙이 있는 부분도 손에 쥐면 걸리적거리지 않고 편안합니다. 쉐퍼만의 독특한 저 닙 디자인은 트레이드 마크처럼 생각될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다만 펠리컨과 같이 닙을 자유자재로 교체할 수 있는 실용성은 없는 것 같네요. 닙 자체도 F 촉만 시판되고 있는것 같습니다. 중가 이상의 라인에서는 대부분의 소비자가 어느 정도의 굵기와 부드러움을 갖는 펜을 선호하는 편인데, 그점에서는 많이 아쉽다고 여겨집니다. 쉐퍼의 F촉은 서구의 타 브랜드에 비해 세필이면서도 뛰어난 18K 촉 가공으로 인해 펠리컨의 M800에 근접할 정도의 필기감을 줍니다만, M 이상의 펜촉들이 보여주는 절대적인 부드러운 느낌을 레가시에서 기대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3. 닙. (잉크를 넣기 전)
제게 온 만년필이 완전 공장도 초기 제품은 아니고, 닙에 문제가 있어서 쉐퍼 측의 교정을 한번 거친 상태라서 완전 초기제품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가 받은 제품의 닙 상태는 좌우가 5:5가 아니었습니다. 사실 좌우가 정확히 5:5인 제품을 찾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고 한 4:6 정도 까지라면 괜찮은 필기감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정확히 쉐퍼의 전 제품을 써본 것은 아니기 때문에 뭐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평균적인 닙의 퀄리티가 이정도라면 제가 써온 만년필의 범위 안에서는 정상범위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만년필은 다른 필기구들에 비해서 각 브랜드의 좋은 AS를 기대할 수 있으니 닙에 관한 불만사항이 생긴다면 만년필에 박힌 하얀 점이 닳아 없어질때까지 AS를 해준다고 농담처럼 이야기 하곤 하는 쉐퍼의 AS를 믿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골치아픈건 접어두고^^ 일단 감상하시지요~ 쉐퍼만의 독특한 닙의 아름다움은 다른 어떤 브랜드도 줄 수 없는 쉐퍼만의 즐거움일 것입니다. 필기감에 관한 이야기는 뒤에 하도록 하고요~ (사진을 좀 잘 못찍어서 과노출된게 많네요;; 이럴때마다 제품 촬영용 스튜디오를 마련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물론 그전에 DSLR부터 마련해야 하겠지만..)
4. 구석구석 뜯어보기..
레가시의 완성도는 각 브랜드의 대표 제품에 못지 않습니다. 인트리그도 복잡한 매커니즘에 비해서 훌륭한 완성도를 보였었는데, 기대만큼 탄탄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각 결합부의 재질도 강해서 쉽게 파손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유광블랙 재질인 만큼 흠집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라미 2000을 제외하고서는 흠집에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파일럿과 같이 캡 안쪽에 모직 처리를 하는 등의 방식으로 배럴 뒤쪽의 흠집을 예방하는 방법도 써 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5. 잉크를 넣고 써보자!!!
사실 펜의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바로 필기에 관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만년필은 가지고다니고 보여지기 위한 것이기 보다는 잘 써지는 도구여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고 또한 많은 분들의 생각일 것입니다. 그래서 동봉된 쉐퍼 블루블랙 잉크를 넣고서 일단 시필을 시작해봅니다.
펜에 대한 정보를 모으시는 분들이 가장 궁금해 하시는 정보, 펜의 굵기 입니다. 확실히 펠리컨의 F촉 보다는 가늘고, M205의 F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실사용기 위주로 쓰는 터라 M촉 이상과의 비교는 못해봤는데, 굳이 그 이상의 촉과는 비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고. 이제보니 저기 쉐퍼 오타(?)났네요;;;;) 라미 비스타 12 EF는 원래 저렇게 굵지 않은데 오래 써서 좀 그렇게 된거고요;; M205도 그렇게 굵은 촉이 아닌데 워셔블 블루가 약간 번지는 성향이 있어서 저렇네요;; M805 F촉이나 세일러 EF, 파일럿 G2 등과 비교하시면 좋겠습니다. 사이비토기는... 좀 사기스러울 정도의 얇기니까 그것보다 굵다고 타박하지 마셔요. 하이테크 0.3을 두꺼워보이게 하는 무서운 녀석입니다;;
그립감도, 필기감도 좋습니다. 연성닙이라고 부르기엔 뭐하고요.. 펜 끝에 약간 탄력이 느껴지는 정도의 강성닙이라고 해야겠습니다. (제가 내공이 매우 부족한 관계로 틀릴 수도 있지만요;;) 같은 18k인 M805보다 닙의 폭이 좁고 크기가 작아서인지 부드러운 맛은 약간 덜하고 필기각이 고각일때 사각거림이 있습니다. 하지만 14K만큼은 아니고요.. 완전히 부드러운 것도 사각거리는 것도 아닌 중간의 느낌이랄까요. 어쨌든 필기감에 대한 호불호는 개인적인 것이니까 여러분들의 판단에 맡기기로 하겠습니다. 또한 펜이 묵직한 편이라서 (M805보다 무게가 가벼운지 무거운진 모르겠지만 배럴이 짧아서 무게감이 좀 더 합니다.) 힘을 들이지 않고 펜 자체의 무게로 슬릿을 열어서 쓴다! 라는 만년필의 모토에는 매우 잘 어울리는 편입니다. 뒤에서 무게중심을 잡아본 것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무게중심을 손에 얹기 위해서 배럴 뒤쪽이 꽤 무거운 편입니다. 캡을 끼우지 않고 쓰는 저에게는 약간 불편함이 느껴지네요. 특히 필각을 고각으로 세워서 쓰는 경우에는 손끝으로 제어하는게 약간 힘듭니다. 뒤쪽을 잡고 쓰시려면 캡을 뒤에 끼우고 쓰시는게 좋겠고요.. 두번째의 일반적인 그립이 캡을 빼고 쓰기에는 제일 무난한 것 같습니다. 배럴 뒤쪽이 무거운 편이라 캡까지 씌우고 쓴다면 고각으로 쓰기에는 좀 어려울 것 같네요.
답안 하나를 다 썼는데, 뭔가 약간 아쉬운 듯한 느낌이 들어서 M805와 번갈아 가면서 써 보았습니다.
무게 중심은 좋은데 길이에 비해 무게감이 있어서 속필은 좀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속필까지 원하시는 분들은 그리 많지는 않겠죠;; 좋은 질의 종이를 두고 천천히 생각하면서 이리저리 궁글리기에는 더 없이 좋은 만년필인것 같습니다. 배럴의 재질도 좋고 그립부와 손의 밀착감도 좋아서 자꾸 꺼내서 가지고 놀게 되더군요^^ 필기감이 좋아도 그립감이 안좋으면 안쓰는게 제 지론인지라 ^^ 레가시의 필기감과 그립감의 총평은 딱 그겁니다. "나는 만년필이다!" 자신이 만년필이라는걸 끊임없이 인식시켜주는 귀여운 녀석이랄까요^^
6. 무게잡기.
갑자기 생각나서 대충 무게중심을 잡아봤습니다. 각각 다른 브랜드이고 무게도 전부 상이하지만 비슷함 무게중심을 가지네요^^;; 공학적인 것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아마 저정도의 위치에 무게중심이 있는게 필기에는 좋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M805와 무게중심의 비율이 거의 다르지 않다는 것은, 쉐퍼가 브랜드로서의 인지도는 그다지 높지 않을지라도 완성도는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7. 기타 다른 이야기들.
잉크마름은 잉크의 영향도 있고 해서 따로 정밀하게 측정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신경 쓰일 정도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강하다고도 약하다고도 하기 어렵고 그냥 평균적인 만년필의 수준이랄까요. (쉐퍼 블루블랙 하에서..)
그리고 푸쉬캡 방식이라는 것이 약간 아쉽습니다. 캡과 몸체의 결속시에 캡이 부드럽게 닫히는 것도 아니고 꽤 크게 딱~ 소리가 나면서 닫히는 편이라 이너캡에 잉크가 튈까봐 조금은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세척하면 그만이지만;;)
펠리컨과 자꾸 비교를 하게 되는데, (이상하게 느낌이 비슷해서 그렇습니다..) 펠리컨이 세척과 펜촉 교환에 대해서 극도로 용이함을 가짐에 반해서 쉐퍼는 조금 어려운 듯 싶습니다. 펜촉을 따로 골라 구매하는것은 불가능 할 것 같고 (앞쪽 그립부를 통째로 사야 하겠죠) 세척도 구석구석 세척하기에는 조금 까다로운 감이 있습니다. (파커 45처럼 분해가 매우 용이해서 구석구석 세척하기도 좋은 만년필들이 관리하기가 편하다고 생각합니다.) 되도록이면 색소침착이 적은 워셔블 블루나 블루블랙같은 잉크를 쓰는게 좋을 것 같고, 다른 만년필들에 비해 주기적으로 세척을 꼼꼼히 해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다행히 인트리그 만큼 어렵진 않은 것 같네요.. (인트리그는 꼼꼼하게 세척하기 정~말 힘듭니다..;)
애초에 준비할 때에는 좀 더 많은 것을 써보려 했지만 내공부족으로 이 이상 평가할 수 있을만한 재간이 없네요. 다른 가지고 있는 만년필들에 대한 리뷰도 좀 써야 하는데 -_-; 이놈의 게으름병 때문에.. 어쨌거나 좋은 경험을 하게 해주신 베스트펜 (비젠 마스터피스)측과 쉐퍼 측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좀 더 얇고 가볍고 실용성 있는 18K 라인과 두텁고 중후한 맛의 18K 라인, 이렇게 둘로 나누어보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지금의 레가시는 딱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수준이라 임팩트가 없다고나 할까요. 몰락(?) 해버린지 오래지만 아직도 사람들이 파커를 찾는 이유는 파커 51때문이듯이 쉐퍼에서도 쉐퍼~! 하면 아~ 그거~! 라고 할 정도의 임팩트 있는 제품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상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玄雨
몽블랑이나 파커에 비해 쉐퍼라는 브랜드는 매우 생소한 브랜드입니다. 매니아들 사이에서도 그렇게 인기 있는 브랜드는 아니며, 인트리그 정도가 중고시장에서 인기가 있었던 정도랄까요. 레가시, 발로아와 같은 중가 모델과 프리루드, 자블린, 레인보우와 같은 충실한 저가모델을 갖추고는 있으나 아마도 파커의 듀오폴드, 몽블랑의 149, 펠리컨의 m1000과 같이 명기들로 불릴만한 임팩트 있는 제품이 없어서는 아닐까 하고 생각해봅니다. 그러나 제가 며칠동안 경험한 쉐퍼는 앞으로 더욱 발전하여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을 만한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을만한 브랜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잠깐동안 사용했다가 좋은 매커니즘에 비해 좋지 않은 펜의 밸런스로 말미암아 인트리그 때문에 쉐퍼라는 브랜드에 대해 생긴 갈증을, 레가시가 조금은 보답해주었다고 할까요.
1. 개봉기
잉크도, 케이스도 무난한 수준이랄까요. 가격대에 걸맞은 케이스라고 봅니다. 다른 브랜드에 비해 특별히 뛰어나다거나 아쉬운 점은 없었습니다. 역시 펜이 놓인 부분을 들추면 안에 설명서와 보증서, 카트리지 잉크 등이 있었습니다.
쉐퍼의 잉크병은 독특한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몽블랑과 라미의 잉크병이 매커니즘 상으로 뛰어난 구조라고 생각하는데 (컨버터로 잉크를 흡입하기가 가장 좋은 구조입니다. 마지막 한방울 까지 흡입하기가 편합니다.) 모든 브랜드에게서 그런 구조를 기대할 수는 없겠죠. 첫인상은 '무난하다' 랄까요.
2. 다른 펜들과의 크기 비교
왼쪽부터 라미 비스타 12, 펠리컨 M205 (크기는 m200, m400 라인과 동일합니다), 펠리컨 M805, 쉐퍼 레가시, 세일러 프로페셔널 기어 사이비토기, 세일러 프로페셔널 기어 슬림, 파버카스텔 트위스트 펜슬 입니다. 캡을 앞에 씌운 상태에서는 M805와 비슷한 크기를 보이나, 캡을 뒤에 꽂은 경우는 프로페셔널 기어와 비슷한 크기를 보입니다. 만년필에 있어서 적당한 크기라는 것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성인 남성 기준으로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크기라고 판단됩니다. M805는 일반적으로는 약간 큰 편이고 프로페셔널 기어가 보통 성인 남성에게는 손에 잘 맞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넓은 그립부를 갖는 것이 특징입니다. 펠리컨과 세일러에 비해서 긴 그립부를 가지고 있어서 (비스타 12와 맞먹을 정도..) 어떤 필기각에서도 쓰는게 편합니다. 닙이 몸통에 상감처리 되어있어서 닙이 있는 부분도 손에 쥐면 걸리적거리지 않고 편안합니다. 쉐퍼만의 독특한 저 닙 디자인은 트레이드 마크처럼 생각될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다만 펠리컨과 같이 닙을 자유자재로 교체할 수 있는 실용성은 없는 것 같네요. 닙 자체도 F 촉만 시판되고 있는것 같습니다. 중가 이상의 라인에서는 대부분의 소비자가 어느 정도의 굵기와 부드러움을 갖는 펜을 선호하는 편인데, 그점에서는 많이 아쉽다고 여겨집니다. 쉐퍼의 F촉은 서구의 타 브랜드에 비해 세필이면서도 뛰어난 18K 촉 가공으로 인해 펠리컨의 M800에 근접할 정도의 필기감을 줍니다만, M 이상의 펜촉들이 보여주는 절대적인 부드러운 느낌을 레가시에서 기대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3. 닙. (잉크를 넣기 전)
제게 온 만년필이 완전 공장도 초기 제품은 아니고, 닙에 문제가 있어서 쉐퍼 측의 교정을 한번 거친 상태라서 완전 초기제품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가 받은 제품의 닙 상태는 좌우가 5:5가 아니었습니다. 사실 좌우가 정확히 5:5인 제품을 찾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사실이고 한 4:6 정도 까지라면 괜찮은 필기감을 기대해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정확히 쉐퍼의 전 제품을 써본 것은 아니기 때문에 뭐라고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평균적인 닙의 퀄리티가 이정도라면 제가 써온 만년필의 범위 안에서는 정상범위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만년필은 다른 필기구들에 비해서 각 브랜드의 좋은 AS를 기대할 수 있으니 닙에 관한 불만사항이 생긴다면 만년필에 박힌 하얀 점이 닳아 없어질때까지 AS를 해준다고 농담처럼 이야기 하곤 하는 쉐퍼의 AS를 믿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골치아픈건 접어두고^^ 일단 감상하시지요~ 쉐퍼만의 독특한 닙의 아름다움은 다른 어떤 브랜드도 줄 수 없는 쉐퍼만의 즐거움일 것입니다. 필기감에 관한 이야기는 뒤에 하도록 하고요~ (사진을 좀 잘 못찍어서 과노출된게 많네요;; 이럴때마다 제품 촬영용 스튜디오를 마련해야 하나 싶기도 하고.. 물론 그전에 DSLR부터 마련해야 하겠지만..)
4. 구석구석 뜯어보기..
레가시의 완성도는 각 브랜드의 대표 제품에 못지 않습니다. 인트리그도 복잡한 매커니즘에 비해서 훌륭한 완성도를 보였었는데, 기대만큼 탄탄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각 결합부의 재질도 강해서 쉽게 파손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유광블랙 재질인 만큼 흠집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사실 라미 2000을 제외하고서는 흠집에 자유로울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파일럿과 같이 캡 안쪽에 모직 처리를 하는 등의 방식으로 배럴 뒤쪽의 흠집을 예방하는 방법도 써 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5. 잉크를 넣고 써보자!!!
사실 펜의 완성도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바로 필기에 관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만년필은 가지고다니고 보여지기 위한 것이기 보다는 잘 써지는 도구여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고 또한 많은 분들의 생각일 것입니다. 그래서 동봉된 쉐퍼 블루블랙 잉크를 넣고서 일단 시필을 시작해봅니다.
펜에 대한 정보를 모으시는 분들이 가장 궁금해 하시는 정보, 펜의 굵기 입니다. 확실히 펠리컨의 F촉 보다는 가늘고, M205의 F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실사용기 위주로 쓰는 터라 M촉 이상과의 비교는 못해봤는데, 굳이 그 이상의 촉과는 비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고. 이제보니 저기 쉐퍼 오타(?)났네요;;;;) 라미 비스타 12 EF는 원래 저렇게 굵지 않은데 오래 써서 좀 그렇게 된거고요;; M205도 그렇게 굵은 촉이 아닌데 워셔블 블루가 약간 번지는 성향이 있어서 저렇네요;; M805 F촉이나 세일러 EF, 파일럿 G2 등과 비교하시면 좋겠습니다. 사이비토기는... 좀 사기스러울 정도의 얇기니까 그것보다 굵다고 타박하지 마셔요. 하이테크 0.3을 두꺼워보이게 하는 무서운 녀석입니다;;
그립감도, 필기감도 좋습니다. 연성닙이라고 부르기엔 뭐하고요.. 펜 끝에 약간 탄력이 느껴지는 정도의 강성닙이라고 해야겠습니다. (제가 내공이 매우 부족한 관계로 틀릴 수도 있지만요;;) 같은 18k인 M805보다 닙의 폭이 좁고 크기가 작아서인지 부드러운 맛은 약간 덜하고 필기각이 고각일때 사각거림이 있습니다. 하지만 14K만큼은 아니고요.. 완전히 부드러운 것도 사각거리는 것도 아닌 중간의 느낌이랄까요. 어쨌든 필기감에 대한 호불호는 개인적인 것이니까 여러분들의 판단에 맡기기로 하겠습니다. 또한 펜이 묵직한 편이라서 (M805보다 무게가 가벼운지 무거운진 모르겠지만 배럴이 짧아서 무게감이 좀 더 합니다.) 힘을 들이지 않고 펜 자체의 무게로 슬릿을 열어서 쓴다! 라는 만년필의 모토에는 매우 잘 어울리는 편입니다. 뒤에서 무게중심을 잡아본 것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무게중심을 손에 얹기 위해서 배럴 뒤쪽이 꽤 무거운 편입니다. 캡을 끼우지 않고 쓰는 저에게는 약간 불편함이 느껴지네요. 특히 필각을 고각으로 세워서 쓰는 경우에는 손끝으로 제어하는게 약간 힘듭니다. 뒤쪽을 잡고 쓰시려면 캡을 뒤에 끼우고 쓰시는게 좋겠고요.. 두번째의 일반적인 그립이 캡을 빼고 쓰기에는 제일 무난한 것 같습니다. 배럴 뒤쪽이 무거운 편이라 캡까지 씌우고 쓴다면 고각으로 쓰기에는 좀 어려울 것 같네요.
답안 하나를 다 썼는데, 뭔가 약간 아쉬운 듯한 느낌이 들어서 M805와 번갈아 가면서 써 보았습니다.
무게 중심은 좋은데 길이에 비해 무게감이 있어서 속필은 좀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하지만 속필까지 원하시는 분들은 그리 많지는 않겠죠;; 좋은 질의 종이를 두고 천천히 생각하면서 이리저리 궁글리기에는 더 없이 좋은 만년필인것 같습니다. 배럴의 재질도 좋고 그립부와 손의 밀착감도 좋아서 자꾸 꺼내서 가지고 놀게 되더군요^^ 필기감이 좋아도 그립감이 안좋으면 안쓰는게 제 지론인지라 ^^ 레가시의 필기감과 그립감의 총평은 딱 그겁니다. "나는 만년필이다!" 자신이 만년필이라는걸 끊임없이 인식시켜주는 귀여운 녀석이랄까요^^
6. 무게잡기.
갑자기 생각나서 대충 무게중심을 잡아봤습니다. 각각 다른 브랜드이고 무게도 전부 상이하지만 비슷함 무게중심을 가지네요^^;; 공학적인 것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아마 저정도의 위치에 무게중심이 있는게 필기에는 좋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다른 것도 아니고 M805와 무게중심의 비율이 거의 다르지 않다는 것은, 쉐퍼가 브랜드로서의 인지도는 그다지 높지 않을지라도 완성도는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습니다.
7. 기타 다른 이야기들.
잉크마름은 잉크의 영향도 있고 해서 따로 정밀하게 측정하지는 않았습니다만, 신경 쓰일 정도로 있는 것은 아닙니다. 강하다고도 약하다고도 하기 어렵고 그냥 평균적인 만년필의 수준이랄까요. (쉐퍼 블루블랙 하에서..)
그리고 푸쉬캡 방식이라는 것이 약간 아쉽습니다. 캡과 몸체의 결속시에 캡이 부드럽게 닫히는 것도 아니고 꽤 크게 딱~ 소리가 나면서 닫히는 편이라 이너캡에 잉크가 튈까봐 조금은 걱정되기도 했습니다. (물론 세척하면 그만이지만;;)
펠리컨과 자꾸 비교를 하게 되는데, (이상하게 느낌이 비슷해서 그렇습니다..) 펠리컨이 세척과 펜촉 교환에 대해서 극도로 용이함을 가짐에 반해서 쉐퍼는 조금 어려운 듯 싶습니다. 펜촉을 따로 골라 구매하는것은 불가능 할 것 같고 (앞쪽 그립부를 통째로 사야 하겠죠) 세척도 구석구석 세척하기에는 조금 까다로운 감이 있습니다. (파커 45처럼 분해가 매우 용이해서 구석구석 세척하기도 좋은 만년필들이 관리하기가 편하다고 생각합니다.) 되도록이면 색소침착이 적은 워셔블 블루나 블루블랙같은 잉크를 쓰는게 좋을 것 같고, 다른 만년필들에 비해 주기적으로 세척을 꼼꼼히 해 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다행히 인트리그 만큼 어렵진 않은 것 같네요.. (인트리그는 꼼꼼하게 세척하기 정~말 힘듭니다..;)
애초에 준비할 때에는 좀 더 많은 것을 써보려 했지만 내공부족으로 이 이상 평가할 수 있을만한 재간이 없네요. 다른 가지고 있는 만년필들에 대한 리뷰도 좀 써야 하는데 -_-; 이놈의 게으름병 때문에.. 어쨌거나 좋은 경험을 하게 해주신 베스트펜 (비젠 마스터피스)측과 쉐퍼 측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좀 더 얇고 가볍고 실용성 있는 18K 라인과 두텁고 중후한 맛의 18K 라인, 이렇게 둘로 나누어보는게 어떨까 싶습니다. 지금의 레가시는 딱히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수준이라 임팩트가 없다고나 할까요. 몰락(?) 해버린지 오래지만 아직도 사람들이 파커를 찾는 이유는 파커 51때문이듯이 쉐퍼에서도 쉐퍼~! 하면 아~ 그거~! 라고 할 정도의 임팩트 있는 제품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상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玄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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